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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해장엔 역시 나의 소울푸드, 김치죽 기분 좋게 친구들과 왁자지껄 술 자리를 한 판 벌인 다음 날에도 감성 돋게 좋은 음악, 좋은 영화와 함께 집에서 나 홀로 술자리를 가진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해장을 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 사람마다 해장법은 다양하다. 전통적인 콩나물국, 칼칼한 라면부터 오렌지 주스나 비타민 음료로 쓴 입맛을 달래기도 하고, 출근해서 오전을 겨우 버틴 후 점심에 먹는 뜨끈한 순대국, 해장국도 일품이며, 기름진 피자, 햄버거로 해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 하나 뺄 수 없이 모두 해장에 최고지만, 그 중에도 나의 넘버원 해장푸드는 바로 김치죽이다. 한국에 살 때에는 술 마신 다음 날이면 무조건 본죽에 갔다. 본죽에서 파는 김치낙지죽을 먹고 나면 속이 뜨끈하면서도 부드럽게 풀어지는데, 살짝 몸에 열기가 돌면서 내 몸에서 .. 더보기
종로2가 지오다노 앞 생크림와플을 기억하시나요 종로2가 사거리의 지오다노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그 앞에서 팔던 와플 노점도 기억할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서울 각지에 떨어져 살던 친구들이 모이기에 지리적으로 가장 공정했던 장소, 종로. 우린 항상 종로2가 지오다노 앞에서 모이곤 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지오다노 앞에 서 있노라면 와플 노점상의 밀가루 반죽이 구워지는 향이 솔솔 풍긴다. 큰 와플 팬에 노오란 양은 주전자에서 반죽을 쏟아내고 뚜껑을 닿아 몇번 뒤집다보면 고소하고 달달한 향이 여기저기 날려 코를 간지럽힌다. 한 쪽 면엔 사과잼, 한 쪽 면엔 생크림을 발라주던 길거리 와플. 어느 때엔가는 제법 업그레이드 되어 다양한 맛의 생크림을 발라주기도 했다. 와플 굽는 달달한 냄새를 이기지 못하고, 친구가 도착하자마자 와플 하나를 사서 절반씩 나.. 더보기
나의 첫 베이킹 일기, 브라우니 내가 베이킹을 하게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중학교 때 엄마가 제빵 자격증을 준비 하시면서 매일 매일 집에서 빵 굽는 냄새가 지겹도록 났는데, 요즘 같이 좋은 도구가 없던 시절 매일 반죽하고, 발효시키고, 지켜보고 하던 엄마의 모습이 고되보여 베이킹은 어려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게다가 제빵 시험 합격까지 매일 엄마의 연습 빵을 먹어치우는 것도 나와 내 동생의 몫이었으니 빵이라면 질릴만도 했다. 그런데 빵이 주식인 나라, 독일에 살면서 한국식의 달달한 간식 빵이 아닌 고소하고 때로 밍밍한 건강 빵에 치즈, 살라미, 햄, 야채 등을 올려 먹다보면 한국에서 먹던 버터향이 고소하게 나는 달달하고 부들부들 쫄깃한 빵이 그리워 진다. 그럼에도 내게 베이킹이란 제법 거창한 일이었기에 미처 용기를 내.. 더보기
말라가의 추억, 빠에야 스페인 여행은 총 두 번이었는데, 2017년에 바르셀로나와 말라가에 다녀왔었다. 가우디의 성가족성당부터 구엘 공원 등 멋진 볼거리와 3월 말임에도 뜨거웠던 태양 아래 해변에 앉아 문어, 오징어, 새우 등 여러 종류의 해산물 구이에 청량하게 시원한 화이트와인을 마시며 느린 오후를 즐겼던 바르셀로나도 잊을 수 없지만, 말라가의 그 느린 분위기와 위트, 여유로움이 줬던 위로는 내게 아직도 행복한 추억이다. 그 시기의 나는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고 가난했고 고민도 많고 우울했던 시기였는데, 말라가에 살던 친구의 초대로 저가 항공 티켓 한 장과 최소한의 경비로 인생에서 가장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말라가에 도착하자마자 짐 풀 새도 없이 친구는 나를 빠에야 레스토랑에 데려갔다. 스페인어로 새까만 먹물 빠.. 더보기
나를 위한 식탁, 지중해식 연어 야채 구이 부모님의 손을 벗어나 내 식탁을 스스로 책임진지도 벌써 9년째지만 어쩐지 스스로를 위해 요리하는 것에는 인색한 편이다. 나 혼자 한 끼 먹자고 재료를 손질하고 양념을 하고 굽고 볶고 하는데 시간을 들이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심지어 먹는 시간보다 준비 시간이 더 긴게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랜 기숙사 생활동안 공용 주방을 쓰거나 개인용 작은 주방에서 간단히 요리해 버릇했던 것도 이런 맘을 갖게 된데 한 몫했다. 하지만 간편한 상차림과 대충 때우는 상차림은 종이 한 장 차이인지 밥과 메인 반찬 하나 또는 파스타 같은 간단한 메뉴 위주의 구성은 탄수화물 위주로만 이루어지기 십상이고 먹기에 간단하다보니 오히려 급히 먹게 되는 경우가 허다한데다 이 마저도 귀찮아지면 인스턴트로 때우곤 했다. 그러다 문득, .. 더보기
비엔나의 추억, 에그 베네딕트 2022년 크리스마스는 비엔나에서 보냈다. 연말 2주 쉬는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내기엔 시간이 넘 아까워서 마침 비엔나에 사는 친구도 만날 겸 소풍같은 시간을 나에게 선물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진 후 여행길이 열린 첫번째 크리스마스의 비엔나는 정말 어디든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게다가 여행 3박 4일 중 사흘을 친구와 동행하다보니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우면서도 내심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갈증이 커져가고 있었다. 마침내 나흘째 날, Cafe Schwarzenberg에서 혼자만의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이 카페가 비엔나에서 가장 유명한 3대 카페가 아닌 덕분에, 그리고 새벽같이 일어나 호텔 조식 대신 이 곳으로 달려간 나의 부지런 덕분에 행복한 아침을 선물받을 수 있었다. 메뉴는 비엔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