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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해장엔 역시 나의 소울푸드, 김치죽

기분 좋게 친구들과 왁자지껄 술 자리를 한 판 벌인 다음 날에도
감성 돋게 좋은 음악, 좋은 영화와 함께 집에서 나 홀로 술자리를 가진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해장을 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
 
사람마다 해장법은 다양하다.
전통적인 콩나물국, 칼칼한 라면부터
오렌지 주스나 비타민 음료로 쓴 입맛을 달래기도 하고,
출근해서 오전을 겨우 버틴 후 점심에 먹는 뜨끈한 순대국, 해장국도 일품이며,
기름진 피자, 햄버거로 해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 하나 뺄 수 없이 모두 해장에 최고지만, 
그 중에도 나의 넘버원 해장푸드는 바로 김치죽이다.
 
 
한국에 살 때에는 술 마신 다음 날이면 무조건 본죽에 갔다.
본죽에서 파는 김치낙지죽을 먹고 나면 속이 뜨끈하면서도 부드럽게 풀어지는데,
살짝 몸에 열기가 돌면서 내 몸에서 나는 이게 땀인지 술인지 모르겠다 싶을 즈음에 컨디션이 회복되곤 했다.
 
 
얼마전 친구들과 와인과 위스키를 잔뜩 섞어가며 밤새 기분 좋은 음악을 틀고,
사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각자의 삶을 가감없이 나눈
우리가 모두 하나인 것 같던 그 뜨겁고 행복했던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 해장의 순간.
 
아주 오랜만에 김치죽을 끓였다.
 
운좋게 올초에 담근 김치가 냉장고 깊이에서 날 맞이했다.
새콤달콤 아주 잘 익은 이 녀석을 들기름에 달달 볶은 후 
집에 있는 버섯도 조금 썰어 넣고 불린 쌀 대신 식은 밥에 물을 붓고 한참을 끓였다.
(자취생의 냉장고에는 식은밥이 항시 대기중이다.)
 
적당히 잘 익으면
그릇에 덜어서는 참기름도 살짝 둘러 더 고소하게.
 
본죽에서 먹던 그 장조림은 없지만, 
넌 충분히 완벽한 내 소울 푸드.

운좋게 냉장고에 있던 신김치가 날 살렸다.

 
해장이 필요치 않은 분이라도 날이 더 풀리기 전에 뜨끈한 김치죽으로 추운 몸을 한 번 뎁혀봄은 어떨지.